칼럼 | 정월 대보름 음식의 비밀 - 과학적으로 살펴보는 선조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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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13-11-15 17:38 조회2,904회본문
우리나라 전통명절의 하나인 정월 대보름은 신라시대부터 지켜온 명절이다.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지어 먹는 것은 한 해의 풍요한 곡식을 염원하는 의미와 한해의 액운을 쫓고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보름날 묵은 나물을 먹으면 일 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풍습은 겨우내 말린 여러 가지 나물로 겨울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고, 겨울철 부족했던 섬유질과 각종 무기질 성분을 보충해서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몸이 잘 준비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부럼을 깨는 풍습은 부럼을 나이 수대로 깨물면서 한 해 동안 부스럼 방지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것인데, 실제로 이 무렵이면 호두, 잣, 밤, 땅콩 등 부럼용 견과류가 풍성하게 나오기도 했고, 부럼용 견과류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에 버짐이 피던 옛날, 영양가 높은 견과류를 먹음으로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또한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을 마시면 눈이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그 해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해서 남녀노소 모두가 귀밝이술을 마셨는데, 겨우내 움츠렸던 혈관에 혈액순환을 증대시키고 신체의 말단인 귀와 눈에까지도 기혈공급이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이런 풍습에는 오장의 균형과 영양소의 보충 등 건강 하나하나까지 챙기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오곡밥
오곡밥은 그 내용물의 구성이 시대나 기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 등의 다섯 가지 종류의 곡식을 섞어 만들었는데, 이들 곡물은 오행의 청, 적, 황, 백, 흑의 기운이 도는 곡물로, 이들을 섞어 만든 오곡밥은 오행의 기운을 골고루 받아 오장육부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정월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의 시초는 대보름 약식에 들어가는 잣이나 대추, 밤 등은 서민들이 흔히 구하기 어려운 재료여서 서민들은 약식 대신 오곡밥을 지어먹은 것이 대보름 오곡밥의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팥은 한약명으로는 적소두(赤小豆)라 하며, 해독과 이뇨작용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팥의 사포닌은 소변을 원활하게 배출하게 하는 이뇨효과가 있어서 몸이 잘 붓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팥 속의 케티오닌 성분은 열기를 삭이고, 몸에 나쁜 피를 없애주므로 체내의 독소를 없애 몸을 가볍게 하는 효과가 있다. 팥은 곡류 중에서도 드물게 비타민 B1이 풍부해서 식욕이 떨어지고 피로하며 잠이 잘 오지 않고, 기억력이 감퇴될 때 쌀밥에 팥을 섞어 먹으면 이뇨, 피로회복, 기억력 증진 등에 도움이 된다.
수수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고지혈증 예방과 혈당강하, 혈전억제 등 주요 생활습관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수수에 함유되어 있는 타닌과 페놀성분은 항산화, 항암 효능이 있으며, 각종 무기질이 많아 피부를 부드럽고 매끈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으면서 성질이 따뜻해서 설사를 멈추게 하고,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차조는 소화흡수가 잘돼 소화기능을 도와주므로 신물이 나거나 구역질, 설사, 식욕부진 등의 속병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 또한 장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므로 변비에 효과적이다. 또한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항암, 항산화, 혈당조절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차조에는 쌀에 부족한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 B1, B2 등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풍부해서 쌀과 함께 섞어서 밥을 지으면 소화도 잘되고, 뼈도 튼튼해지며, 신체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찹쌀은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장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변비를 막아주며 대장암 발생을 억제한다. 그리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어 동맥경화,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에 좋다. 찹쌀은 비타민 D가 풍부해서 불균형한 영양소를 조절해주며 뼈를 튼튼하게 한다. 또한 찹쌀에는 노화방지 및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항산화제인 비타민E가 백미에 비해 약 6배가량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검은콩은 식물성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영양을 공급해주는 훌륭한 보음(補陰) 식품이다. 검은콩의 ‘검은색 껍질’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색소와 비타민E 성분은 피부\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또한 검은콩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여성의 냉증(冷症), 생리통, 생리불순에 도움이 된다. 또한 약물의 중독을 해독하고, 부종을 내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억제해서 심장 동맥질환을 예방한다.
갖은 나물
동국세시기를 보면 '시래기나 가지고지 등을 말려 뒀다가 정월대보름에 삶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묵은 나물'은 봄, 여름, 가을에 나오는 다양한 나물을 삶아서 말려 두었다 해를 지나 묵혀 먹는 나물을 일컫는다. 영양, 향기, 맛이 좋은 묵나물은 겨울철 신선한 채소가 귀했던 때 나물의 식이섬유, 철분, 비타민 등을 섭취할 수 있었던 지혜로운 음식이다. 대표적인 묵나물로는 고사리, 고비, 취나물, 호박, 가지, 시래기, 곰취, 토란대, 고구마순, 고춧잎, 다래순, 뽕잎, 질경이, 망초, 곤드레, 얼레지, 삼나물, 버섯 등이 있다.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많아 대변을 잘 통하게 하고, 소변을 잘 보게하는 효과도 있어서 붓기를 내리게 하며 , 포만감을 충분히 얻을수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고사리의 산성다당류는 살균, 소독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 몸의 독소들을 해독해주는 효능이 있다. 석회질이 많아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강화시켜주므로 성장기 어린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고사리는 차가운 성질이 있어서 해열하는 효과도 있으니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에게도 잘 맞는다.
취나물은 아미노산, 칼륨, 인, 철분, 비타민A, B1, B2, 각종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있는 알칼리 식품으로 칼륨의 함량이 유난히 많아 체내의 염분을 몸밖으로 배출해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취나물의 비타민C는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 B2는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또한 취나물의 단백질과 무기질 및 비타민은 뇌기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도움이 된다.
시래기(말린 무청) 는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시래기의 35% 이상이 식이섬유로 이뤄져 있으며, 배추보다 칼슘은 2배 이상 더 많다. 시래기에 함유된 비타민 A와 C는 모두 항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암, 노화, 동맥경화 등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킨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의 효과로 변비도 해소하고 , 신진대사 이상에 의해 나타나는 피부트러블도 치료해주며, 장운동을 도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곰취는 잎에 단백질과 니아신을 비롯한 회분과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곰취의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 성분은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비타민 C는 콜라겐 성분을 생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암세포가 성장하는 것은 억제하는 항산화효과가 뛰어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곰취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변비를 없애주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므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부럼
부럼을 먹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견과류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이 혈관과 피부를 기름지고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견과류에는 청신경 활동을 돕고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아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서 귀밝이술과 함께 부럼을 먹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호두는 단백질,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CㆍEㆍB6 등 갖가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한 무기질과 비타민B1이 풍부해서 매일 먹게 되면 피부가 윤이 나고 고와지며, 노화 방지와 강장 효과도 있다. 호두에는 지방이 많은 편으로 65%를 차지하는데, 호두의 지방은 인체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90%이며, 그 중에서도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춰주며 동맥의 탄력성을 강화해주는 '오메가 3 지방산'이 연어에 비해 3배 정도 로 많다.
땅콩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가 있어 혈관벽에 붙어있는 콜레스테롤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어 깨끗한 혈관을 만들어준다. 또한 단백질과 비타민 B1, B2, E 등이 풍부하여 머리를 좋게 하는 성분이 많은 고칼로리 식품이다.
잣의 지방은 자양강장제 구실을 하는 우수한 불포화 지방산 성분으로서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할 뿐만 아니라 스태미나를 강화시킨다. 특히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양을 줄이므로 동맥경화증은 물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겨울철 피부가 건조해서 오는 각질, 피부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잣을 소량씩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영양상태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은행은 모세혈관을 확장시켜주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폐기능을 강화시키고 기침, 천식을 없애고 거담작용과 자양작용을 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근까지 충분한 영양이가도록 하여 탈모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은행은 강장(强壯), 강정(强精)효과가 있어서 여자들 오줌소태, 냉증에 효과가 좋다. 은행이 방광을 따뜻하게 해 요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정월대보름, 움츠렸던 기운을 펴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할 때이다. 이제는 그 풍습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조상들의 세시풍속에 담긴 지혜를 새기며 자연의 이치를 따라 오곡밥과 나물을 마련해 가족과 함께 먹고 부럼도 깨면서 겨우내 꽁꽁 닫혔던 몸을 추스르고 오장육부도 일깨워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글쓴이 : 정이안
한의학 박사이며 동국대 한의학과 외래교수,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다. 저서로는 “자연이 만든 음식재료의 비밀”,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내 몸에 스마일”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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