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내 몸의 반응은 스트레스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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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3-25 11:22 조회47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내 몸의 반응은 스트레스를 ‘말’하고 있다
주간한국 2025.06.27
내 몸의 반응은 스트레스를 ‘말’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일상처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단지 ‘기분이 나쁘다’, ‘짜증이 난다’ 같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반응입니다. 그리고 그 신호는 생각보다 분명하게 우리 몸에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를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
스트레스는 단기간의 위기 상황에는 도움이 되는 생존 반응입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위협 앞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긴장하며,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면 몸은 점차 그 긴장을 ‘기본 상태’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몸은 이미 스트레스 반응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냥 내 체질’, ‘내 성격’, 혹은 ‘원래 이 정도 피곤은 감수해야지’라고 착각하며 지나쳐 버립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몸속에서 조용히 병을 키우는 ‘침묵의 고통’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밤에 잠을 못 잔다면, 내 안의 ‘안정감’이 부족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소화가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하다면, 지금 내가 ‘소화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어깨와 목이 결리는 건, 책임과 의무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무언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위장의 자율신경 혼란, 소화장애
소화기관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자율신경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우세해지고, 위산 분비는 불규칙해지며 위장 운동은 둔해집니다. 위의 운동성이 저하되면 식욕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하려는 반작용으로 폭식을 하기도 합니다. 소화력이 약해져 음식물이 오래 머무르고, 가스가 차면서 속쓰림, 트림, 더부룩한 증상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긴장할 때마다 설사하거나, 반대로 심한 변비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장 증상,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깁니다.
자율신경의 밤낮 균형 붕괴, 수면장애
스트레스는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코르티솔(각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밤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에 들기 어렵습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깊은 수면이 가능한데,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부교감 기능이 억제되어 얕은 잠, 자주 깨는 수면, 새벽에 일찍 깨는 불면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잠이 안 올까 봐’ 걱정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다시 불면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숨겨진 전신 긴장의 반응, 근육긴장
스트레스는 무의식적으로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특히 다음 부위에서 그 반응이 두드러집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턱 근육(측두근, 교근)의 긴장으로 이를 악무는 습관이 생기며, 야간 이갈이 또는 턱관절 통증이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승모근과 목 어깨에 만성통증과 경직이 생겨 딱딱하게 굳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복부와 골반 주위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허리에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근육 긴장을 '기체(氣滯)' 혹은 '기울(氣鬱)'로 보고, 기운이 통하지 않아 통증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얕은 숨과 답답함, 호흡변화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이 얕고 빠르게 변합니다. 이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몸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가슴으로만 숨을 쉬게 되면서 숨이 차거나 답답함이 생기고, 깊은 복식호흡이 어려워지고, 자주 한숨을 쉬거나, 숨을 들이마셔도 시원하지 않다고 느끼게 됩니다.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실조, 한열 교차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때, 머리는 뜨겁고 손발은 차갑다거나, 속은 답답한데 몸은 축 늘어지고 기운이 없다거나 하는 '수승화강'이 깨어진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건강한 상태는 수기(水氣: 찬 기운, 진액)가 위로 올라가서 머리가 시원해지고, 화기(火氣: 열, 에너지)는 아래로 내려가서 속이 안정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해 위로 화가 치밀고, 아래는 허한 상태가 지속되면 가슴 두근거림, 불면, 상열감, 안절부절, 어지럼증 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일시적인 피곤함’이나 ‘감기 기운’ 정도로 여겨 무시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 반복된다면, 이미 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자각하는 첫 걸음은, 몸의 반응에 이름을 붙이고 정당하게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내가 오늘 자꾸 한숨 쉬는 건, 몸이 힘들다는 거구나.” “요 며칠 잠이 안 오는 건, 뭔가 마음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나보다.” 이런 식의 인식이 쌓이면, 몸과 마음은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스는 때로는 말보다 먼저 몸이 대신 표현합니다. 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고, 치료의 첫 걸음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병 예방이 아니라,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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