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화병, 참으면 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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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0-10-16 20:45 조회1,406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화병, 참으면 병 된다
주간한국 2020. 9. 28
-------------------화병, 참으면 병 된다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을 가슴 속에 담아 두고 묵혀 놓으면 고인 물이 썩듯이 우리 몸은 병이 나고 만다. 묵혀 두었던 울화 감정이 온 몸이 시름시름 아프게 만들고 결국 ‘화병’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화병’은 한국 특유의 문화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세계 어디나 인간관계 갈등이 있는 곳에서는 ‘화병’을 앓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며느리에게만 생기는 병이 아냐
진료실에서 만나 왔던 수많은 화병 환자들은 고지식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는데, 통계적으로도 힘든 내색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참으려고만 하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예전에는 고부갈등으로 인해 며느리들의 화병이 강조되었었다면, 요즘은 시어머니, 남편, 그리고 청소년, 취준생, 엄마, 갱년기, 노년기 할 것 없이 각자의 역할에서 스트레스가 울체되어 화병으로 나타나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지만, 스트레스의 외부 요인을 내부에서 감정적으로 증폭시켜 자신에게 해를 입히게 되는 병이다.
우울증을 동반
울화병 또는 화병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또 목구멍에 뭔가 끼어 있는 듯이 갑갑하다고도 하며, 얼굴로 열이 올라오고 어지럽고 혈압이 오르내리고, 속이 메스껍고, 식욕도 없으며 소화가 안 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마음 속 울화가 쌓여 불면증, 고혈압, 위궤양, 만성두통, 귀울림, 신경성 위염,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염, 공황장애 등의 다양한 질병들을 동시에 유발시키게 된다. 특히 화병 환자의 대부분은 우울증도 겸하고 있어 각종 대증요법에 관한 약물들과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자율신경을 교란
끓어오르는 화를 속으로 삭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대량 방출되고 이는 신체에 독으로 작용하면서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어 혈압을 오르게 하고, 교감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서 자율신경의 교란이 일어나게 된다. 누구나 화가 날 때가 있지만, 그것이 결국 자율신경의 교란으로 이어지느냐 신체에 해가 되지 않도록 잘 해결하느냐의 차이가 곧 화병이 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독으로 작용하더라도 당장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피해의식, 한(恨), 분노 등이 무의식 속에 남아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세월이 지나면서 차곡차곡 쌓여가고 차차 시름시름 온 몸이 아프게 되는 것이다.
여성에게 많은 이유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발생하게 되는 화병이지만, 통계적으로는 남성에 비해 여성 화병 환자가 3배 이상 많으며, 특히 40~60대 여성이 화병 환자의 대부분이다. 독박 육아, 가사노동, 산후우울증, 경력단절, 학부모 스트레스, 명절증후군, 시월드(시댁), 성 역할 고정관념, 여성다움, 성차별, 갱년기 증후군 등의 사회적 가정적 환경에서 여성은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직장인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감정을 숨기고 속으로 쌓아두게 되는데, 임신 출산 폐경 등의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감정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구조는 자율신경 균형을 깨뜨리게 되기 쉬워진다.
엄마의 화병은 자녀에게 독(毒)
학업, 입시, 군대, 취업 등의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10~20대에서 화병 환자가 최근 5년간 2배 증가했다는 통계가 보고되고 있다. 임상적으로 진료실에서 만나온 10~20대 화병 환자들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가정환경, 든든한 보호자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심리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성장기를 지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가정에서 엄마의 감정상태는 특히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남성에 비해 여성 화병 환자가 3배 이상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엄마들의 정서적 심리적인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엄마들의 이러한 감정 상태는 결국 자녀들의 심리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화’는 제대로 풀어야
화를 참고만 있어도 병이 되지만, 그때그때 폭발해 버리는 것도 병이 된다. 그때그때 분을 쉽게 드러내는 것은 당장 화풀이는 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악화되고, 심적 부담으로 남게 되며, 자칫 습관적인 분노폭발은 분노조절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병’이 되지 않으려면,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고, 외부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올바르게 대처하고 바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현명하다.
운동은 심리근육도 튼튼하게 해줘
폭발적인 분노표현으로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건강하게 감정을 다스리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도움이 된다. 운동은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 활력감, 스트레스 해소 등의 심리근육이 강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특히 화병은 우울증, 불면증, 소화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음악은 자기제어 능력을 키워줘
음악은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자기 제어능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있다. 실제로도 의학적 치료, 심리학적 치료로 음악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음악이 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자아를 통합해서 정서적 균형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는 것도 물론 좋지만, 악기를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악은 심신을 순화시켜 주고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해서 진정시켜 마음의 울화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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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이안 원장 -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있다, 몸에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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