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만성위장병, 소화제 달고 살면 못 고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0-09-17 16:35 조회1,404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만성위장병, 소화제 달고 살면 못 고친다
주간한국 2019. 10. 08
-------------------
L씨는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건너뛰거나, 빵 한 개와 우유 한 잔으로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생활한다. 아침은 안 먹고 다닌지 오래되었고 점심시간은 늘 시간에 쫓기다가 먹는둥 마는둥, 저녁은 밥 대신 술과 안주로 대신하는 L씨는 이제는 밥 먹을 시간이 되어도 배가 고프질 않고 언제나 속이 더부룩하다. 식욕도 없고, 대변도 일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다.
B씨는 학교 때부터 깡마르고 예민했다. 조금만 언짢은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면 오후 내내 체기 때문에 고생하고, 조금만 급하게 점심을 먹어도 금방 배가 아파서 쩔쩔맨다. 소화가 심하게 안 되는 날은 밤에 잠을 편하게 자기도 힘들다. 그녀의 책상 서랍에는 소화제 알약과 드링크제가 항상 가득 들어있어서 그녀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습관처럼 소화제를 복용하곤 한다.
위장에 병이 없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지켜서, 신선한 음식을 찾아서 먹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 이 조건들을 살펴보면, L과장이 지킨 것은 하나도 없으니, L과장은 위장병을 얻을 만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침 안 먹기, 빈속에 커피 마시기, 시간에 쫓겨 겨우 한 끼 때우는 점심 먹기, 저녁엔 빈속에 술 마시기, 매일 과음하기$ 이런 식으로 직장 생활하다가는 얼마 못 가 위장에 탈 난다.
떡볶이, 오뎅, 컵라면, 햄버거, 샌드위치, 김밥$ 먹는데 5분이면 끝나는 이 간편한 음식거리들이 뭐 그리 문제일까 싶지만 이런 음식들은 영양 불균형에다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 일을 한다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길게 보면 위장에 몹쓸 짓만 골라서 하는 셈이다.
음식을 무엇이나 잘 먹고 잘 소화하는 사람은 대개 건강하며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으며 성격도 원만하다. 그러나 편식을 하고 소화능력이 약한 사람은 체력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잦으며 예민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몸과 마음이 다 같이 건강하려면 먼저 균형 잡힌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고, 식사 시간만큼은 걱정 고민 다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야 소화 능력도 좋아진다.
마음이 어둡고 침울하면 소화액도 덜 나와서 소화가 잘 되질 않는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나면 여지없이 체한다는 사람이 있다. 직장인들은 주로 마음이 맞지 않는 상사와 밥을 먹고 나면 체한다고 한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 하고만 식사를 할 수는 없는 법. 어려운 자리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호흡이 편안하고 마음이 밝으면 소화액이 잘 나와서 소화도 잘되고 속도 편하다. 마음을 불편하게 혹은 편하게 먹는 것에 따라 소화도 안 되고 혹은 잘 되는 것이다.
식사 시간만큼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음식 재료의 맛을 느끼면서 조금씩 천천히 먹자. 위장은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즐거운 식사를 하면 병이 없다. 만성 위장병은 사상체질 중 ‘소음인’에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데, 소음인은 선천적으로 위장이 차고 약하며 내성적인 성격이다. 스트레스를 그 자리에서 풀어내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경향이 많아 다른 체질에 비해 심리적인 불안에 의한 위장 질환이 오기 쉽다. 당신이 소음인이라면, 식사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가지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위장병을 지병으로 지니게 될지도 모른다.
만성위장병 예방^치료하는 생활수칙과 음식
첫째, 느긋하게 먹어라 : 마음에 점을 찍듯 적게 먹는다는 점심(點心). 이 점심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중간 휴식시간이면서 필요한 칼로리와 영양소의 중간 공급 시간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천천히 느긋하게 식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사시간의 즐거운 대화는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정신적 여유를 갖게 한다.
둘째, 식후에 산책하라 : 식사 후 30분간은 간단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노력한다. 식후 가벼운 걷기는 혈당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을 막아줘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좋다.
매실 : 매실의 신맛은 소화기관에 영향을 주어 위장, 십이지장 등에서 소화액을 내보내게 한다. 또한 매실즙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정상화시키는 작용이 있어 위산 과다와 소화불량에 모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소화기관을 자극해서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니, 소화가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하며 답답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녹차 :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대해 항균 작용을 한다. 녹차 산지로 유명하고 녹차를 즐겨 마시는 일본 시즈오카 현의 나카카와네 주민들은 파이로리균의 감염율이 낮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녹차 마시는 평범한 습관이 파이로리균의 감염을 막고 위 점막의 위축을 억제해 위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
글쓴이 정이안 원장 -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있다, 몸에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칼럼 원문보기 --> https://bit.ly/2EGwXjD
- 이전글과민대장증후군, 장(腸)보다 마음이 문제다 20.09.17
- 다음글공황장애, 누구나 겪을 수 있다 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