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비즈니스맨의 갱년기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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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12-02-17 12:35 조회3,232회본문
샐러리맨 클리닉 - 비즈니스맨의 갱년기 건강
여성 못지않은 남성 갱년기
여성은 대개 50세가 되면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되어 폐경과정을 겪게 되면서 대부분의 여성이 뚜렷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느끼고 이러한 갱년기 증상은 급작스럽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남성은 남성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은 없으며 정자 생성 기능도 점차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완만하고 스스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갱년기 증상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여성의 폐경기 증상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여성의 증상이 집중적인 기간에 심하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지, 남성 갱년기가 없어서인 때문은 아니다.
남성갱년기와 여성갱년기는 공통점이 있는데, 남녀를 불문하고 50세 정도에 성호르몬(sex hormone)이 감소되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성 갱년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여성 갱년기 때 나타나는 증상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여성과 달리 갱년기가 오더라도, 남성은 생식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폐경기 이후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정신적인 공허감까지 생기는 것에 비하면 증상의 정도가 덜하다. 대다수의 남성은 갱년기 증상을 뚜렷하게 경험하지 못하기도 하고, 증상을 느끼더라도 개인차가 심하다. 갱년기 남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보면 여성과 비슷한 점도 많다. 전신증상으로 발기력 감퇴, 성욕 저하, 골다공증, 피로감, 소화장애, 식욕부진과 현기증, 안면홍조, 심계항진 등과 같은 순환기 장애, 그리고 우울, 신경과민, 집중력 상실 등과 같은 신경증상 등이 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남성의 증상은 개개인의 생활에 무력감을 주고 심하면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원인이 되기까지 하니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번 쯤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갱년기는 35세 때부터 시작되었다
남자들은 보통 40대 중반부터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정확히 말하면 증상의 시작은 35세가 출발점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20대에 최고조로 증가했다가 35세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40-55살 사이에는 호르몬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신체 변화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으로 생활 전반에서 활력이 줄어든다. 남성 호르몬이 가장 왕성한 30대 남성과 비교하자면 70대 남성의 호르몬 양은 30대에 비해 절반 수준, 80대 남성은 1/3 수준이지만 여러 가지 호르몬 감소를 촉진시키는 요인에 의해 50대에도 절반 수준으로 호르몬 분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노년이후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9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남성 노화를 연구하는 학회가 창립돼 활발한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99년 대한남성갱년기학회가 창립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40, 50대 남성 40%가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인 골다공증 환자라고 하니 국내 40세 이상 남성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한국 남성의 호르몬 수치는 서양인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발표도 있어서 한국 남성이 서양인에 비해 성 기능 저하 등 남성 갱년기 증상을 보다 일찍, 심하게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 진다.
남자 40세, 음혈 부족(陰血 不足)이 원인
남성 갱년기는 뇌와 고환의 노쇠 현상으로 일어나는 남성 호르몬의 자연적인 감소가 그 주되 원인이지만 갱년기 증상의 개인차가 큰 원인은 호르몬의 자연적인 감소를 더 재촉하는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개인별로 크기 때문이다. 호르몬 감소를 재촉하는 요인으로는 만성적인 음주 습관, 흡연, 스트레스, 비만, 영양 불균형, 부족한 수면, 운동부족 등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간장 질환 등의 만성질환이 그것인데, 남성 호르몬의 감소 뿐 아니라 중년 이후의 건강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건강 위험 요소이며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건강에 관해 가장 고민하는 항목들이 아닌가. 이 중에서도 특히 만성적인 음주 습관은 남성 호르몬을 감소키는 가장 큰 주범이다. 이러한 남성 호르몬 감소 촉진 요인들이 많을수록 남성호르몬 분비는 더욱 빨리 감퇴하게 되고 갱년기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동의보감>에서도 “사람이 40세가 되면 음기(陰氣)가 반으로 줄어들고, 혈기(血氣)가 부족해지기 쉽다"고 하여 갱년기가 오는 원인을 밝히고 있는데, 노화로 인한 음기와 혈기의 자연적인 감소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건강 위험 요소들이 더해져서 음혈의 감소를 더욱 촉진시키게 되는 것이다.
갱년기의 신호탄은 잠자리 무력증
남성 갱년기의 신호탄은 대개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40대 이후 남성의 80% 이상이 성욕 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성 관계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인 상상력이나 환상도 시들해지며 아침 발기도 없어진다. 심하면 발기부전이나 발기불능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은 줄어드는 반면 발기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증가하므로 음경의 강직도가 떨어지고 발기유지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있을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성생활이 위축되면서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활력이 부족해지며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외관상 가장 뚜렷한 징후는 바로 복부 비만이다.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여성처럼 근육은 적어지고 체지방이 늘어나게 되는데, 늘어난 체지방은 주로 복부에 박을 엎어 놓은 것처럼 쌓이게 된다. 게다가 팔 다리는 가늘어지고 가슴 근육은 홀쭉해지며 늘어난 배는 아래로 축 늘어지는 전형적인 갱년기 남성의 몸매로 변해가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렵고 각질이 잘 생기며 탄력이 줄어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하염없이 흐르고,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골다공증이 생기는 등 폐경기 여성들만 느끼는 줄 알았던 증상들을 폐경이 없는 남성인데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늘 피로하고 밤이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낮엔 집중력이 떨어지니 일에 능률도 오르지 않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삶의 만족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 치료한다
40-50대 남성 환자가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을 때 “갱년기 증상이시네요”라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의사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자신의 갱년기를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갱년기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노화 탓으로만 돌리고 방치하기 쉽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는다면 삶의 만족도와 질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방에서는 남성 호르몬을 직접 보충하는 양방적인 방법과는 달리 개개인의 증상과 상황에 따라 인체 균형을 조절함으로서 부작용 없이 증상을 개선하고 있다. 치료 방법은 주로 생식 능력과 선천적인 기운을 돕고 생식 능력을 개선시키는 등의 신기(腎氣)와 정기(精氣)를 보충하는 약재를 위주로 처방하는데, 구기자, 토사자, 복분자, 오미자, 차전자 등 단전의 기운을 강화해주는 씨앗 약재와 숙지황, 산약, 산수유 등의 보음(補陰)하는 약재 등을 기본으로 한다. 정기를 보충하는 대표적인 한약처방은 일반에게도 잘 알려진 경옥고 외에도 연령고본단, 고진음자, 우귀환 등이 있다. 특히 ‘경옥고’는 동의보감에서 “오래 복용하면, 정(精)을 크게 보충하고 늙은이를 젊어지게 하여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함으로써…”라고 소개할 정도로 남성갱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이며, ‘연령고본단’은 만병회춘(萬病回春)에서 “50세 전에 머리가 흰 사람은 먹은 지 한달이면 안색이 동자와 같으며 10 리 밖을 투시하고 석 달이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상복하면 신기(腎氣)도 좋아지고 신체가 경건해서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약 뿐 아니라 침 치료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특히 한약재 중 탁월한 보약(補藥)제제로 각광받고 있는 ‘자하거(紫河車)’를 추출해서 만든 자하거 약침을 주요 경혈자리에 놓는 방법은 예전부터 있어오던 치료법이지만 근래 태반요법으로 자하거가 일반에 많이 알려진 덕분에 자하거 약침치료도 예전에 비해 효과를 알고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젊어지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창 ‘몸짱’이 유행이다. 그러나 실제로 ‘몸짱’ 만들기에 가장 열중해야 할 사람은 바로 중년의 남성이다. ‘몸짱’을 만들기 위해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외모만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혈색도 좋아지고 피부도 탄력이 붙어서 실제로 젊어진다. 예전보다 훨씬 젊고 활력 있어 보인다는 칭찬을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의 회춘술은 운동을 통한 근력 및 체력향상이다. 특히 40대 이상의 남성은 근육의 노화를 억제하고 체력을 키워주는 근력 운동이 가장 필요하다. 근력이 향상되면 뼈가 튼튼해질 뿐 아니라 심장이 튼튼해진다. 운동 방법은 5∼10분간의 스트레칭 → 유산소 운동(걷기 ·속보·자전거 타기 ·수영등) 20∼30분 → 10∼20분간의 근력운동 → 마무리 스트레칭 순이다. 갱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젊어지려면 이런 운동을 적어도 하루걸러 한번씩은 해야 한다. 물론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효과는 개인차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땐 젊은 사람보다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젊을 땐 유산소 운동만 해도 되지만 40세 이후부턴 위와 같이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반드시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이다.
갱년기를 극복하는 음식도 있다. ‘마늘’은 향신료로서의 본래 역할 외에도 쓰임새가 많은데 가장 주목할 만한 효과는 정력증강, 스태미나 보강, 즉 강정(强精), 강장(强壯)작용이다. 마늘은 야채 중에서 콩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발생시키고 피로를 막아주는 비타민 B1성분이 풍부해 동서고금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통한다. 마늘이 강정제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는 마늘 속에 포함된 아연 성분 때문이다. 어떤 다른 식품보다 마늘에는 아연이 단연 많은데, 아연은 남자의 고환에 집중되어 있는 물질로 서양에서는 sex mineral로 불리는 성분이다. 실제 쥐 실험을 통해 마늘을 먹인 쥐의 정자 수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마늘은 예로부터 최음제로도 알려져 왔는데, 호르몬 분비샘을 자극해서 남성의 정자와 정액의 양을 증가시키므로 말초혈관계의 노폐물을 제거해 발기력 증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늘은 스태미나식으로 자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간편하게 자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마늘즙을 우유에 넣어 섞어 마시면 맛도 깔끔하고 위장도 쓰리지 않아 스태미나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검은깨’는 서 말만 먹으면 황소에게도 이긴다고 했던 옛말이 보여주듯이 남성의 정력과 기를 돋우는 최고의 식품이다. 중국에서는 검은깨를 불로장수의 식품이라 하여 귀중하게 여겨왔고 선약(仙藥)이라 취급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할 때 7가지 곡식을 섞은 자연 영양식을 먹었는데 그 중 하나가 검은깨였다. 볶은 검은 깨를 곱게 갈아낸 다음 우유나 두유, 선식 등에 타먹으면 맛도 좋고 풍부한 영양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검은콩’의 검은 껍질 속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신장 기운이 허약해서 성욕이 없고, 정력이 약하며,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 남성의 신장기능을 보충하고 정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비타민 E가 풍부해 정자를 많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중전 외에도 첩을 여럿 두고 생활하는 왕의 건강을 위해 검은콩, 검은깨, 오골계, 흑염소 등으로 보양식을 만들어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음식들은 특히 신장기능을 보해주므로 정력을 강화시키고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커서 현대에도 남성들의 자양 강정제로 활용되는 음식들이다.
한방에서는 다섯 종류의 열매, 즉 복분자, 구기자, 토사자, 오미자, 차전자로 구성된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이라는 처방을 정력 감퇴, 발기부전 치료에 사용하고 있고, 습관성 유정(遺精) 증상에도 복분자, 차전자, 연자육 등의 한약재를 배합한 처방을 사용한다. 평소 건강식으로 복분자를 오랫동안 복용하려면 잘 말린 복분자를 가루 내어 환약으로 만들기도 하고 일반 차처럼 가루를 내어 병에 보관하면 된다. 끓인 물 한잔에 두 숟가락 정도 넣어서 먹으면 맛이 향기로운 차가 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주에 담근 뒤 2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향과 약효가 아주 좋은 약주를 맛볼 수 있다.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갱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
운동도 좋고 보양 음식도 다 좋지만 피해야 할 것을 조심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4過 (과음· 과색· 과 흡연· 과로)를 삼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過는 진기(眞氣)를 소모하게 만들어 갱년기를 앞당기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 갱년기는 도시인들에게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지나친 경쟁심과 욕심 많은 생활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생의 필수 영양소인 적절한 운동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이야말로 우리 신체기관의 기능을 유지하고 항상 새롭게 만들어주는 묘약이다.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한다’는 카피도 있지 않는가. 그리고 단조로운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는 것이 좋은데, 아내와 단둘이 홀가분하게 여행을 다녀보는 것이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갱년기에 접어들어 그때서야 주위를 돌아봤을 때 가족들과의 관계가 너무 소원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남성들이 많다. 앞만 보고 달렸던 남성이라면 더욱 더 갱년기에는 가족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가지는 시간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 <샐러리맨 구출하기> 저자)
여성 못지않은 남성 갱년기
여성은 대개 50세가 되면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되어 폐경과정을 겪게 되면서 대부분의 여성이 뚜렷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느끼고 이러한 갱년기 증상은 급작스럽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남성은 남성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은 없으며 정자 생성 기능도 점차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완만하고 스스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갱년기 증상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여성의 폐경기 증상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여성의 증상이 집중적인 기간에 심하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지, 남성 갱년기가 없어서인 때문은 아니다.
남성갱년기와 여성갱년기는 공통점이 있는데, 남녀를 불문하고 50세 정도에 성호르몬(sex hormone)이 감소되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성 갱년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여성 갱년기 때 나타나는 증상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여성과 달리 갱년기가 오더라도, 남성은 생식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폐경기 이후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정신적인 공허감까지 생기는 것에 비하면 증상의 정도가 덜하다. 대다수의 남성은 갱년기 증상을 뚜렷하게 경험하지 못하기도 하고, 증상을 느끼더라도 개인차가 심하다. 갱년기 남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보면 여성과 비슷한 점도 많다. 전신증상으로 발기력 감퇴, 성욕 저하, 골다공증, 피로감, 소화장애, 식욕부진과 현기증, 안면홍조, 심계항진 등과 같은 순환기 장애, 그리고 우울, 신경과민, 집중력 상실 등과 같은 신경증상 등이 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남성의 증상은 개개인의 생활에 무력감을 주고 심하면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원인이 되기까지 하니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번 쯤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갱년기는 35세 때부터 시작되었다
남자들은 보통 40대 중반부터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정확히 말하면 증상의 시작은 35세가 출발점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20대에 최고조로 증가했다가 35세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40-55살 사이에는 호르몬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신체 변화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으로 생활 전반에서 활력이 줄어든다. 남성 호르몬이 가장 왕성한 30대 남성과 비교하자면 70대 남성의 호르몬 양은 30대에 비해 절반 수준, 80대 남성은 1/3 수준이지만 여러 가지 호르몬 감소를 촉진시키는 요인에 의해 50대에도 절반 수준으로 호르몬 분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노년이후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9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남성 노화를 연구하는 학회가 창립돼 활발한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99년 대한남성갱년기학회가 창립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40, 50대 남성 40%가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인 골다공증 환자라고 하니 국내 40세 이상 남성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한국 남성의 호르몬 수치는 서양인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발표도 있어서 한국 남성이 서양인에 비해 성 기능 저하 등 남성 갱년기 증상을 보다 일찍, 심하게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 진다.
남자 40세, 음혈 부족(陰血 不足)이 원인
남성 갱년기는 뇌와 고환의 노쇠 현상으로 일어나는 남성 호르몬의 자연적인 감소가 그 주되 원인이지만 갱년기 증상의 개인차가 큰 원인은 호르몬의 자연적인 감소를 더 재촉하는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개인별로 크기 때문이다. 호르몬 감소를 재촉하는 요인으로는 만성적인 음주 습관, 흡연, 스트레스, 비만, 영양 불균형, 부족한 수면, 운동부족 등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간장 질환 등의 만성질환이 그것인데, 남성 호르몬의 감소 뿐 아니라 중년 이후의 건강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건강 위험 요소이며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건강에 관해 가장 고민하는 항목들이 아닌가. 이 중에서도 특히 만성적인 음주 습관은 남성 호르몬을 감소키는 가장 큰 주범이다. 이러한 남성 호르몬 감소 촉진 요인들이 많을수록 남성호르몬 분비는 더욱 빨리 감퇴하게 되고 갱년기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동의보감>에서도 “사람이 40세가 되면 음기(陰氣)가 반으로 줄어들고, 혈기(血氣)가 부족해지기 쉽다"고 하여 갱년기가 오는 원인을 밝히고 있는데, 노화로 인한 음기와 혈기의 자연적인 감소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건강 위험 요소들이 더해져서 음혈의 감소를 더욱 촉진시키게 되는 것이다.
갱년기의 신호탄은 잠자리 무력증
남성 갱년기의 신호탄은 대개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40대 이후 남성의 80% 이상이 성욕 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성 관계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인 상상력이나 환상도 시들해지며 아침 발기도 없어진다. 심하면 발기부전이나 발기불능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은 줄어드는 반면 발기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증가하므로 음경의 강직도가 떨어지고 발기유지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있을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성생활이 위축되면서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활력이 부족해지며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외관상 가장 뚜렷한 징후는 바로 복부 비만이다.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여성처럼 근육은 적어지고 체지방이 늘어나게 되는데, 늘어난 체지방은 주로 복부에 박을 엎어 놓은 것처럼 쌓이게 된다. 게다가 팔 다리는 가늘어지고 가슴 근육은 홀쭉해지며 늘어난 배는 아래로 축 늘어지는 전형적인 갱년기 남성의 몸매로 변해가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렵고 각질이 잘 생기며 탄력이 줄어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하염없이 흐르고,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골다공증이 생기는 등 폐경기 여성들만 느끼는 줄 알았던 증상들을 폐경이 없는 남성인데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늘 피로하고 밤이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낮엔 집중력이 떨어지니 일에 능률도 오르지 않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삶의 만족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 치료한다
40-50대 남성 환자가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을 때 “갱년기 증상이시네요”라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의사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자신의 갱년기를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갱년기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노화 탓으로만 돌리고 방치하기 쉽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는다면 삶의 만족도와 질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방에서는 남성 호르몬을 직접 보충하는 양방적인 방법과는 달리 개개인의 증상과 상황에 따라 인체 균형을 조절함으로서 부작용 없이 증상을 개선하고 있다. 치료 방법은 주로 생식 능력과 선천적인 기운을 돕고 생식 능력을 개선시키는 등의 신기(腎氣)와 정기(精氣)를 보충하는 약재를 위주로 처방하는데, 구기자, 토사자, 복분자, 오미자, 차전자 등 단전의 기운을 강화해주는 씨앗 약재와 숙지황, 산약, 산수유 등의 보음(補陰)하는 약재 등을 기본으로 한다. 정기를 보충하는 대표적인 한약처방은 일반에게도 잘 알려진 경옥고 외에도 연령고본단, 고진음자, 우귀환 등이 있다. 특히 ‘경옥고’는 동의보감에서 “오래 복용하면, 정(精)을 크게 보충하고 늙은이를 젊어지게 하여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함으로써…”라고 소개할 정도로 남성갱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이며, ‘연령고본단’은 만병회춘(萬病回春)에서 “50세 전에 머리가 흰 사람은 먹은 지 한달이면 안색이 동자와 같으며 10 리 밖을 투시하고 석 달이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상복하면 신기(腎氣)도 좋아지고 신체가 경건해서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약 뿐 아니라 침 치료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특히 한약재 중 탁월한 보약(補藥)제제로 각광받고 있는 ‘자하거(紫河車)’를 추출해서 만든 자하거 약침을 주요 경혈자리에 놓는 방법은 예전부터 있어오던 치료법이지만 근래 태반요법으로 자하거가 일반에 많이 알려진 덕분에 자하거 약침치료도 예전에 비해 효과를 알고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젊어지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창 ‘몸짱’이 유행이다. 그러나 실제로 ‘몸짱’ 만들기에 가장 열중해야 할 사람은 바로 중년의 남성이다. ‘몸짱’을 만들기 위해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외모만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혈색도 좋아지고 피부도 탄력이 붙어서 실제로 젊어진다. 예전보다 훨씬 젊고 활력 있어 보인다는 칭찬을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의 회춘술은 운동을 통한 근력 및 체력향상이다. 특히 40대 이상의 남성은 근육의 노화를 억제하고 체력을 키워주는 근력 운동이 가장 필요하다. 근력이 향상되면 뼈가 튼튼해질 뿐 아니라 심장이 튼튼해진다. 운동 방법은 5∼10분간의 스트레칭 → 유산소 운동(걷기 ·속보·자전거 타기 ·수영등) 20∼30분 → 10∼20분간의 근력운동 → 마무리 스트레칭 순이다. 갱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젊어지려면 이런 운동을 적어도 하루걸러 한번씩은 해야 한다. 물론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효과는 개인차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땐 젊은 사람보다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젊을 땐 유산소 운동만 해도 되지만 40세 이후부턴 위와 같이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반드시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이다.
갱년기를 극복하는 음식도 있다. ‘마늘’은 향신료로서의 본래 역할 외에도 쓰임새가 많은데 가장 주목할 만한 효과는 정력증강, 스태미나 보강, 즉 강정(强精), 강장(强壯)작용이다. 마늘은 야채 중에서 콩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발생시키고 피로를 막아주는 비타민 B1성분이 풍부해 동서고금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통한다. 마늘이 강정제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는 마늘 속에 포함된 아연 성분 때문이다. 어떤 다른 식품보다 마늘에는 아연이 단연 많은데, 아연은 남자의 고환에 집중되어 있는 물질로 서양에서는 sex mineral로 불리는 성분이다. 실제 쥐 실험을 통해 마늘을 먹인 쥐의 정자 수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마늘은 예로부터 최음제로도 알려져 왔는데, 호르몬 분비샘을 자극해서 남성의 정자와 정액의 양을 증가시키므로 말초혈관계의 노폐물을 제거해 발기력 증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늘은 스태미나식으로 자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간편하게 자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마늘즙을 우유에 넣어 섞어 마시면 맛도 깔끔하고 위장도 쓰리지 않아 스태미나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검은깨’는 서 말만 먹으면 황소에게도 이긴다고 했던 옛말이 보여주듯이 남성의 정력과 기를 돋우는 최고의 식품이다. 중국에서는 검은깨를 불로장수의 식품이라 하여 귀중하게 여겨왔고 선약(仙藥)이라 취급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할 때 7가지 곡식을 섞은 자연 영양식을 먹었는데 그 중 하나가 검은깨였다. 볶은 검은 깨를 곱게 갈아낸 다음 우유나 두유, 선식 등에 타먹으면 맛도 좋고 풍부한 영양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검은콩’의 검은 껍질 속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신장 기운이 허약해서 성욕이 없고, 정력이 약하며,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 남성의 신장기능을 보충하고 정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비타민 E가 풍부해 정자를 많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중전 외에도 첩을 여럿 두고 생활하는 왕의 건강을 위해 검은콩, 검은깨, 오골계, 흑염소 등으로 보양식을 만들어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음식들은 특히 신장기능을 보해주므로 정력을 강화시키고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커서 현대에도 남성들의 자양 강정제로 활용되는 음식들이다.
한방에서는 다섯 종류의 열매, 즉 복분자, 구기자, 토사자, 오미자, 차전자로 구성된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이라는 처방을 정력 감퇴, 발기부전 치료에 사용하고 있고, 습관성 유정(遺精) 증상에도 복분자, 차전자, 연자육 등의 한약재를 배합한 처방을 사용한다. 평소 건강식으로 복분자를 오랫동안 복용하려면 잘 말린 복분자를 가루 내어 환약으로 만들기도 하고 일반 차처럼 가루를 내어 병에 보관하면 된다. 끓인 물 한잔에 두 숟가락 정도 넣어서 먹으면 맛이 향기로운 차가 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주에 담근 뒤 2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향과 약효가 아주 좋은 약주를 맛볼 수 있다.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갱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
운동도 좋고 보양 음식도 다 좋지만 피해야 할 것을 조심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4過 (과음· 과색· 과 흡연· 과로)를 삼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過는 진기(眞氣)를 소모하게 만들어 갱년기를 앞당기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 갱년기는 도시인들에게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지나친 경쟁심과 욕심 많은 생활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생의 필수 영양소인 적절한 운동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이야말로 우리 신체기관의 기능을 유지하고 항상 새롭게 만들어주는 묘약이다.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한다’는 카피도 있지 않는가. 그리고 단조로운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는 것이 좋은데, 아내와 단둘이 홀가분하게 여행을 다녀보는 것이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갱년기에 접어들어 그때서야 주위를 돌아봤을 때 가족들과의 관계가 너무 소원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남성들이 많다. 앞만 보고 달렸던 남성이라면 더욱 더 갱년기에는 가족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가지는 시간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 <샐러리맨 구출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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