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상열감, 단순 열감이 아니다? 진료일기에서 본 진단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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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3-24 12:14 조회80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상열감, 단순 열감이 아니다? 진료일기에서 본 진단과 치료
주간한국 2024.12.20
상열감, 단순 열감이 아니다? 진료일기에서 본 진단과 치료
상열감(上熱感)은 신체 상부, 특히 얼굴, 목, 가슴 상부에서 열감이 느껴지는 증상입니다. 이 증상은 열이 실제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몸이 뜨겁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열감은 수시로 나타날 수 있고, 종종 발한(땀)도 함께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중년여성들의 갱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중의 하나로만 여겼지만 지금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고, 원인도 다양합니다. 오늘은 제가 진료실에서 그동안 만나온 상열감 환자들 사례와 치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술 먹은 것처럼 벌겋게 올라와요
혼자 낮술 먹은 사람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당혹스러운 일이 많아지면서 직장생활이 힘들다며 내원한 B씨(28세.여). 심할 때는 목과 등까지 열이 올라오는 느낌 때문에 일 하다말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 한참 앉아있어야 열이 좀 내려가는데, 그러다보니 업무에 지장이 생겨 상사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체온은 정상이고, 심장이 빨리 뛴다거나 하는 다른 증상들은 전혀 없어서 어느 병원을 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습니다.
얼굴, 가슴, 머리, 뒷목 쪽으로 열이 올라와서 내려가지 않는 증상을 ‘상열감’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갱년기 호르몬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면, 열감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 환자를 진찰, 검사한 결과 자율신경실조로 진단했습니다. 해열제를 먹어도, 안정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이 분의 상열감은 자율신경을 회복하는 한약과 약침 처방으로 차차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열나서 부채질, 땀나서 옷갈아 입어야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등과 가슴, 얼굴로 난방기구를 쬐고 있는 것처럼 열풍이 느껴지면서 열이 훅 올라올 때면, 열심히 부채질을 하면서 열을 식혀야만 하고, 이렇게 열이 올라오면 땀도 줄줄 나서 결국은 상의를 갈아 입어야 할 정도여서 가방에 항상 여분의 상의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진료실을 찾아온 C씨(44세, 여). 갱년기도 아니고, 생리 주기도 문제가 없는데 증상은 갱년기 증상과 비슷해서 병원 검사 진찰을 받아봤으나 여성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등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갱년기 여성들이 여성 호르몬 부재로 겪게 되는 갱년기 증상들을 갱년기와 상관없는 연령대에서 심하게 느끼는 것은 호르몬 떄문이 아니라 체온, 땀, 혈관 수축과 확장 등의 기본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진 때문입니다. 이 분을 수승화강(水丞火降: 찬 기운은 상체로 올라가고, 따뜻한 기운은 하체로 내려가 신체 상하 에너지 흐름이 조화로운 상태)을 돕는 한약과 약침으로 꾸준히 치료한 결과, 상열감과 땀의 문제가 차츰 사라졌습니다.
뒷목에 열 올라와 얼음찜질해야
종일 뒷목과 뒷머리 부위에 열이 올라오는데 밤에는 증상이 심해져서 새벽까지 잠을 잘 수가 없고, 밤에는 얼음주머니를 뒷목에 대고 있어야 겨우 한 두시간 잘 수 있다면서 사모님과 함께 진료실을 내원한 C씨 (65세, 남). 안 가본 병원이 없고, 안 해본 검사가 없을 정도로 애를 써봤지만, 뒷목과 뒷머리의 열감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고 있고, 밤새 얼음주머니로 냉찜질을 사모님이 해주고 계신데, 두 분 모두 오래동안 이렇게 지내다보니 지친 상태였습니다.
그동안의 검사 내용, 진단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고, 내원 당시 혈압약 그리고 수면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정신신경계통의 약물들을 복용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처방이 없는데, 그나마 이 약들을 먹지 않으면 낮밤으로 열감이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힘들어했습니다.
이 분을 진찰 검사한 결과 오래동안 일궈온 사업체를 잃은 후 생긴 울화와 스트레스가 교감신경 과항진의 원인인 것으로 진단했고, 뒷목과 뒷머리 열감 외에도 가슴답답, 호흡곤란감, 근육경직, 다발성 관절통, 만성 두통, 만성 소화불량과 변비 등의 다양한 자율신경실조 증상들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정신신경계통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온 분이어서 이 약물들과 교감신경은 안정시키고, 부교감신경은 활성화하는 자율신경 치료 한약을 병행 복용하면서 수승화강을 돕고 자율신경 에너지를 강화하는 약침 치료를 주기적으로 꾸준히 했습니다. 이 분은 차차 뒷목에 얼음주머니를 대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얼음찜질을 하지 않아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으며, 정신신경계통 약물 복용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되었습니다.
‘상열감’, 단순한 증상이 아닌 경고
상열감(上熱感)은 단순한 증상이라 여기기 쉽지만, 신체의 이상 신호를 나타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는 다양한 증상들 중의 하나일 수 있고, 자율신경계의 조화와 심리적 안정을 통해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증상일 수 있습니다. 상열감이 지속적이거나 혹은 점점 심해지거나, 다른 증상들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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