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웰빙특집] '허브(Herb), 현대인의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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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12-02-17 11:21 조회3,569회본문
허브(Herb), 현대인의 휴식처
식물에서 나는 향기를 이용해 향을 맡고, 물에 타서 마시고, 끓여서 먹고, 심지어는 우려낸 물을 피부에 바르기도 하는 등 사람의 생활 전체를 이롭게 하는 것, 즉, 가정에서 기르는 사람에게는 기르는 기쁨을, 먹어서 건강에 좋으니 치료되는 행복을, 발라서 피부에 좋으니 고와지는 즐거움을 주는 인간에게 이로운 식물, 이것이 곧 허브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허브가 최근 들어 웰빙(Well-being) 바람을 타고 인기를 더해가고 있고, 그 효용성을 제대로 인정받은 허브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시체가 썩지 않게 하기위해 허브 오일을 이용했고, 왕족 여인들이 미용 목적으로도 허브를 사용했다. 또한 고대 파피루스에도 이미 몇 개의 식물들은 의학적 효과와 사용법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히포크라테스도 건강유지와 병의 치료를 위하여 허브 목욕을 권하기도 하였으며, 고대 로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 오일을 생산했고, 당시 유럽을 장악했던 로마 군단들은 전쟁에 나갈 때 허브의 일종인 “몰약” 향료를 지니고 다니면서 상처를 치료하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화학 합성 향료가 개발되면서 천연 향료의 사용이 급격히 위축되었다가 20세기가 들어서면서 천연 물질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나게 되고 세계적으로 건강한 삶과 웰빙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허브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지금은 화장품, 향수의 재료, 허브차, 아로마 오일, 방충제, 방향제, 식용, 약용, 향신료 등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용품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허브(herb)가 외국에서 들어온 특별한 식물인 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허브는 본래 인간에게 이로운 향기 나는 모든 들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외국에만 있는 특이한 식물이 아니다. 옛 어른들이 장독대 주변에 심었던 백합과 박하, 단오절에 머리를 감았던 창포도 허브의 일종으로 우리 조상들은 허브를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곳에서 이용해 왔다. 우리 조상들, 특히 생활에 여유가 있었던 양반들은 요탕(蓼湯)이라는 허브 목욕을 즐겼는데, 목욕 항아리에 여러 가지 향기 나는 한약재를 우려낸 약물(藥物)을 우려낸 따끈한 물을 붓고 몸을 담그는 목욕방법이다. 약재로는 대개 향기와 맛이 강한 약초가 사용되었는데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여뀌풀 삶은 물을 사용하였고 여름에 더위를 먹어 몸이 축 쳐지고 기운이 없을 때는 홍화(紅花.잇꽃) 꽃잎을 물에 끓여 홍화탕욕을 즐겼다. 현대에도 이런 약탕욕(藥湯浴)은 대중 목욕시설에서도 볼 수 있는데, 녹차탕, 쑥탕... 등으로 이름 붙여 미용과 건강을 이롭게 하는데 좋다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들판이나 산에서 볼 수 있는 푸성귀도 넓은 의미의 허브이며 쑥, 냉이, 씀바귀, 곰취 등 봄철 식단의 반찬도 허브다. 옛 어른들은 춘곤증을 극복하려면 봄에 향기 나는 봄나물을 식사 때마다 곁들어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허브를 이용하는 생활의 지혜를 우리 조상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필자가 한의사의 입장에서 허브를 생각할 때,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대중적으로 허브를 건강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의학이며, 특히 한약재를 연구하는 본초학(本草學)이라고 본다. 한약재를 Herbal medicine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향기 나는 풀들”이란 의미다. 한약재중 에서 “곽향”, “소엽”, “애엽”, “익모초” “목향”, 강활“, ”당귀“, ”천궁“, ”사인“, ”백두구“, ”초두구“, ”육계“,... 등은 약용 식물의 잎이나 줄기인데, 이 약재들의 향기는 정신적인 안정을 줄 뿐 아니라 특이한 약효를 통해 질병 치료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진정한 국내의 허브 연구는 한약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한방에서 약재의 향기를 이용해서 약재를 탕전할 때, ”사인“, ”백두구“, ”초두구“등 방향성(芳香性)이 아주 강해서 소화 기능을 촉진시키는 데 사용하는 약재들은 탕전 과정에서 그 방향 성분을 날라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약재들을 먼저 섞어서 약을 다 끓인 후 마지막 과정에 이러한 방향성 약재를 추가로 넣어 향기를 살리는 방법이 있는 것을 보아도 한의학에서 한약재의 효능만큼이나 향기를 중요시 하는 단적인 예로 삼을 수 있다. 허브를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요령을 몇 가지 정리해 보겠다. 생리통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한약재인 익모초(益母草) 달인 물을 아침, 저녁으로 따뜻하게 해서 차처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는 쑥과 당귀를 곱게 갈아 꿀을 섞은 것을 뜨거운 물에 타서 월경 1주일 전부터 아침, 저녁으로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브를 이용해서 가장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치료가 바로, 감기 걸렸을 때다. 몸살 기운이 시작되는 듯하면 잠자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후 카모마일, 클로우브를 차로 끓여 마신다. 목감기로 인후가 붓고 따가울 때는 타임을 끓인 물로 양치질을 한다. 기침이 날 때는 타임으로 차(茶)를 만들어 먹으면 기침을 진정시키고 가래를 삭이며 항균작용도 있어 좋다. 감기로 고열이 날 때는 보리지, 레몬, 마조람 을 차로 마시면 해열된다. 소화와 관련된 질환에도 허브를 이용해서 손쉽게 해결해 볼 수 있다. 허브는 직접 소화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신경을 안정시켜서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겸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효과가 뛰어난다. 호프, 카모마일, 레몬밤 등이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불면증이 있을 때는 라벤더, 타임, 로즈 잎을 말린 포푸리를 베개 속에 넣고 베고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또는 잠자기 전 목욕을 하면서 탕 속에 라벤더 오일을 섞어 사용하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세인트 존 스워트는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세토닌을 활성화해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탁월하므로 불면증에 응용해 볼 만 한 허브다. 수험생은 뇌의 활동을 증진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허브를 이용하면 되는데, 로즈마리 오일을 공부방 방향제로 사용하거나 레몬밤차를 마시거나 솔잎향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로즈마리나 머리를 맑게 해주는 레몬밤의 생화 화분을 놓으면 된다.
응급처치에도 허브는 훌륭한 치료제가 된다. 한약재로 “금잔화”라고 부르는 포트매리골드의 꽃을 달인 물은 방부, 살균효과가 뛰어나서 베인곳, 진무른 곳, 화상, 입가 물집(헤르페스)에 바르면 된다. 라벤다 오일, 시나몬오일(계피)은 벌이나 말벌, 모기에 물린 곳에 바르면 가려움증이 진정되고 부은 것이 가라앉으며 곤충에 물린 불쾌감도 해소된다. 페퍼민트, 쑥, 레몬밤, 세인트 존 스워트, 컴프리, 페니 로얄, 파세리 등의 생잎을 비벼서 환부에 발라도 효과가 있다. 멀미날 때는 생강을 얇게 썰어 씹으면 좋고, 가벼운 타박상으로 피하 출혈이 된 곳에는 데이지 달인 물로 찜질하면 좋고, 방금 삐어서 금새 붓고 통증이 심할 때는 라벤다 오일을 희석한 차가운 물로 냉찜질을 하면 진통이 되며, 또는 라벤다 생잎을 잘 비벼서 삔 부위에 붙여도 효과가 좋다. 햇볕에 타서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때는 알로에, 오이, 포트매리 골드의 즙으로 냉찜질 하면 좋다. 동상을 입은 곳은 혈액 순환을 돕는 처치가 필요한데 생강, 계피 끓인 물에 동상 부위를 담갔다 빼는 것을 수일 간 반복하면 동상이 풀린다.
질병의 치료 외에도 허브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그 독특한 향취와 살균, 살취 기능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 용도에 따른 허브의 쓰임새를 알아보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허브차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큼한 향내로 기분전환에는 물론 스트레스에 싸인 현대인의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허브차는 대개 허브 한 종류나 몇 가지를 섞어 차를 만든다. 1인분은 건조시킨 것은 1티스푼, 생잎은 2~3잎을 넣는다. 유리나 도자기포트에 뜨거운 물을 넣어 따뜻하게 데운 뒤 새 물을 채워 잎을 넣고 3분정도 우려내면 된다. 생잎을 넣으면 떫은 풋내가 날 수 있는데 이때는 레몬조각을 넣거나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도 좋다. 냉차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셔도 좋다. 냄새제거에 효과적인 허브를 이용해서 탈취, 방풍하는데 응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철지난 옷을 보관할 때 장롱 속에 로즈마리, 페니 로열, 월계수 잎, 클로브 말린 포푸리를 넣어두면 방충, 탈취 효과를 볼 수 있다. 발 냄새가 심한 신발의 냄새를 없애려면 로즈마리, 세이지, 타임을 말린 가루를 향주머니에 넣어 신발 속에 두면 냄새가 말끔하게 가신다. 신발장 안에는 탈취 효과가 있는 세이지, 오데 코롱 민트, 페니 로열을 넣어두면 효과가 좋다. 구취제거를 위해서는 페퍼민트, 세이지, 스피아 민트 등 항균효과가 뛰어난 허브를 섞은 것과 죽염을 1대 1 비율로 혼합해 양치할 때 치약에 조금 섞어 이를 닦는다. 입안도 개운해지고 구취제거에도 효과적이다.
건강식 바람을 타고 허브를 이용한 요리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작은 이파리와 꽃잎에 불과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육류나 생선의 냄새를 없애주며 독특한 향기로 식욕을 자극해 소화, 흡수를 돕는다. 그러나 ‘무지’한 상태에서 과다하게 요리에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허브는 향이 강해 과용하면 음식의 맛을 손상시키므로 적은 듯하게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다. 기본적으로 ‘약초류’에 해당하므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탈이 나기 쉽기 때문이다. 요리에 사용되는 허브들을 보면, 스테비아 잎은 설탕보다 당도가 300배나 높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로즈마리는 야생 삼림과 같은 강한 향을 풍기는데, 향신료로 쓰이고 생선 비린내 제거에도 사용한다. 애플민트는 `사과향 박하'라 불릴 만큼 사과향을 진하게 풍긴다. 쌈으로도 먹고 고기·생선·계란 요리에 향신채로 이용한다. 샐러드에도 소량 넣어 향을 즐기며, 차로도 즐긴다. 차이브는 부추를 닮았는데 마늘·양파 향이 난다. 서양요리에서는 감자요리, 치즈, 계란요리에 주로 쓰고 샐러드나 수프에도 이용하는데 철분과 칼슘까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인기가 좋다. 보리지는 어린잎은 씹었을 때 오리고기 맛 같은 풍미가 나며, 타원형 모양으로 잎에는 잔털이 붙어있는데 잎은 쌈을 싸먹는데 사용하거나 샐러드용으로 쓴다. 바질은 달콤하면서도 강한 향이 있어 이탈리아요리의 소스에는 꼭 들어가며 샐러드용으로도 쓴다. 레몬밤은 레몬향기가 나 각종 요리에 레몬 대신 사용하며 소화를 돕는다. 파슬리는 서양요리에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국내서는 장식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생선요리를 먹은 뒤 조금 씹으면 생선 냄새가 가시는 효과도 있고 고기요리에 뿌리거나 드레싱에도 섞어 쓴다. 또 샐러드로도 이용되고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라벤더는 `향의 여왕'으로 불리는 허브다. 갈아서 제과, 아이스크림에 넣어 향을 즐기기도 한다. 타임은 `백리향'이라고 불리며 진한 레몬향을 낸다. 강력한 방부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짜릿하고 자극적인 향으로 서양요리에서는 전채요리에서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쓴다.
이와 같이 허브의 향에 취하고 맛에 취하다보면 건강은 절로 따라온다. 오감(五感)으로 허브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금 달려가 보자. 아니면, 허브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보자. 허브를 집에서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허브향이 온 집안을 휘감는다. 향기만 맡아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피로가 풀어질 것이다. 향기 뿐이랴, 요리에 넣으면 건강식, 목욕탕에 풀면 건강목욕. 허브는 현대인에게 휴식과 같은 식물이다.
식물에서 나는 향기를 이용해 향을 맡고, 물에 타서 마시고, 끓여서 먹고, 심지어는 우려낸 물을 피부에 바르기도 하는 등 사람의 생활 전체를 이롭게 하는 것, 즉, 가정에서 기르는 사람에게는 기르는 기쁨을, 먹어서 건강에 좋으니 치료되는 행복을, 발라서 피부에 좋으니 고와지는 즐거움을 주는 인간에게 이로운 식물, 이것이 곧 허브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허브가 최근 들어 웰빙(Well-being) 바람을 타고 인기를 더해가고 있고, 그 효용성을 제대로 인정받은 허브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시체가 썩지 않게 하기위해 허브 오일을 이용했고, 왕족 여인들이 미용 목적으로도 허브를 사용했다. 또한 고대 파피루스에도 이미 몇 개의 식물들은 의학적 효과와 사용법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히포크라테스도 건강유지와 병의 치료를 위하여 허브 목욕을 권하기도 하였으며, 고대 로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 오일을 생산했고, 당시 유럽을 장악했던 로마 군단들은 전쟁에 나갈 때 허브의 일종인 “몰약” 향료를 지니고 다니면서 상처를 치료하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화학 합성 향료가 개발되면서 천연 향료의 사용이 급격히 위축되었다가 20세기가 들어서면서 천연 물질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나게 되고 세계적으로 건강한 삶과 웰빙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허브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지금은 화장품, 향수의 재료, 허브차, 아로마 오일, 방충제, 방향제, 식용, 약용, 향신료 등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용품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허브(herb)가 외국에서 들어온 특별한 식물인 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허브는 본래 인간에게 이로운 향기 나는 모든 들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외국에만 있는 특이한 식물이 아니다. 옛 어른들이 장독대 주변에 심었던 백합과 박하, 단오절에 머리를 감았던 창포도 허브의 일종으로 우리 조상들은 허브를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곳에서 이용해 왔다. 우리 조상들, 특히 생활에 여유가 있었던 양반들은 요탕(蓼湯)이라는 허브 목욕을 즐겼는데, 목욕 항아리에 여러 가지 향기 나는 한약재를 우려낸 약물(藥物)을 우려낸 따끈한 물을 붓고 몸을 담그는 목욕방법이다. 약재로는 대개 향기와 맛이 강한 약초가 사용되었는데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여뀌풀 삶은 물을 사용하였고 여름에 더위를 먹어 몸이 축 쳐지고 기운이 없을 때는 홍화(紅花.잇꽃) 꽃잎을 물에 끓여 홍화탕욕을 즐겼다. 현대에도 이런 약탕욕(藥湯浴)은 대중 목욕시설에서도 볼 수 있는데, 녹차탕, 쑥탕... 등으로 이름 붙여 미용과 건강을 이롭게 하는데 좋다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들판이나 산에서 볼 수 있는 푸성귀도 넓은 의미의 허브이며 쑥, 냉이, 씀바귀, 곰취 등 봄철 식단의 반찬도 허브다. 옛 어른들은 춘곤증을 극복하려면 봄에 향기 나는 봄나물을 식사 때마다 곁들어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허브를 이용하는 생활의 지혜를 우리 조상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필자가 한의사의 입장에서 허브를 생각할 때,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대중적으로 허브를 건강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의학이며, 특히 한약재를 연구하는 본초학(本草學)이라고 본다. 한약재를 Herbal medicine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향기 나는 풀들”이란 의미다. 한약재중 에서 “곽향”, “소엽”, “애엽”, “익모초” “목향”, 강활“, ”당귀“, ”천궁“, ”사인“, ”백두구“, ”초두구“, ”육계“,... 등은 약용 식물의 잎이나 줄기인데, 이 약재들의 향기는 정신적인 안정을 줄 뿐 아니라 특이한 약효를 통해 질병 치료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진정한 국내의 허브 연구는 한약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한방에서 약재의 향기를 이용해서 약재를 탕전할 때, ”사인“, ”백두구“, ”초두구“등 방향성(芳香性)이 아주 강해서 소화 기능을 촉진시키는 데 사용하는 약재들은 탕전 과정에서 그 방향 성분을 날라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약재들을 먼저 섞어서 약을 다 끓인 후 마지막 과정에 이러한 방향성 약재를 추가로 넣어 향기를 살리는 방법이 있는 것을 보아도 한의학에서 한약재의 효능만큼이나 향기를 중요시 하는 단적인 예로 삼을 수 있다. 허브를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요령을 몇 가지 정리해 보겠다. 생리통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한약재인 익모초(益母草) 달인 물을 아침, 저녁으로 따뜻하게 해서 차처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는 쑥과 당귀를 곱게 갈아 꿀을 섞은 것을 뜨거운 물에 타서 월경 1주일 전부터 아침, 저녁으로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브를 이용해서 가장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치료가 바로, 감기 걸렸을 때다. 몸살 기운이 시작되는 듯하면 잠자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후 카모마일, 클로우브를 차로 끓여 마신다. 목감기로 인후가 붓고 따가울 때는 타임을 끓인 물로 양치질을 한다. 기침이 날 때는 타임으로 차(茶)를 만들어 먹으면 기침을 진정시키고 가래를 삭이며 항균작용도 있어 좋다. 감기로 고열이 날 때는 보리지, 레몬, 마조람 을 차로 마시면 해열된다. 소화와 관련된 질환에도 허브를 이용해서 손쉽게 해결해 볼 수 있다. 허브는 직접 소화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신경을 안정시켜서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겸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효과가 뛰어난다. 호프, 카모마일, 레몬밤 등이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불면증이 있을 때는 라벤더, 타임, 로즈 잎을 말린 포푸리를 베개 속에 넣고 베고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또는 잠자기 전 목욕을 하면서 탕 속에 라벤더 오일을 섞어 사용하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세인트 존 스워트는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세토닌을 활성화해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탁월하므로 불면증에 응용해 볼 만 한 허브다. 수험생은 뇌의 활동을 증진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허브를 이용하면 되는데, 로즈마리 오일을 공부방 방향제로 사용하거나 레몬밤차를 마시거나 솔잎향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로즈마리나 머리를 맑게 해주는 레몬밤의 생화 화분을 놓으면 된다.
응급처치에도 허브는 훌륭한 치료제가 된다. 한약재로 “금잔화”라고 부르는 포트매리골드의 꽃을 달인 물은 방부, 살균효과가 뛰어나서 베인곳, 진무른 곳, 화상, 입가 물집(헤르페스)에 바르면 된다. 라벤다 오일, 시나몬오일(계피)은 벌이나 말벌, 모기에 물린 곳에 바르면 가려움증이 진정되고 부은 것이 가라앉으며 곤충에 물린 불쾌감도 해소된다. 페퍼민트, 쑥, 레몬밤, 세인트 존 스워트, 컴프리, 페니 로얄, 파세리 등의 생잎을 비벼서 환부에 발라도 효과가 있다. 멀미날 때는 생강을 얇게 썰어 씹으면 좋고, 가벼운 타박상으로 피하 출혈이 된 곳에는 데이지 달인 물로 찜질하면 좋고, 방금 삐어서 금새 붓고 통증이 심할 때는 라벤다 오일을 희석한 차가운 물로 냉찜질을 하면 진통이 되며, 또는 라벤다 생잎을 잘 비벼서 삔 부위에 붙여도 효과가 좋다. 햇볕에 타서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때는 알로에, 오이, 포트매리 골드의 즙으로 냉찜질 하면 좋다. 동상을 입은 곳은 혈액 순환을 돕는 처치가 필요한데 생강, 계피 끓인 물에 동상 부위를 담갔다 빼는 것을 수일 간 반복하면 동상이 풀린다.
질병의 치료 외에도 허브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그 독특한 향취와 살균, 살취 기능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 용도에 따른 허브의 쓰임새를 알아보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허브차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큼한 향내로 기분전환에는 물론 스트레스에 싸인 현대인의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허브차는 대개 허브 한 종류나 몇 가지를 섞어 차를 만든다. 1인분은 건조시킨 것은 1티스푼, 생잎은 2~3잎을 넣는다. 유리나 도자기포트에 뜨거운 물을 넣어 따뜻하게 데운 뒤 새 물을 채워 잎을 넣고 3분정도 우려내면 된다. 생잎을 넣으면 떫은 풋내가 날 수 있는데 이때는 레몬조각을 넣거나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도 좋다. 냉차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셔도 좋다. 냄새제거에 효과적인 허브를 이용해서 탈취, 방풍하는데 응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철지난 옷을 보관할 때 장롱 속에 로즈마리, 페니 로열, 월계수 잎, 클로브 말린 포푸리를 넣어두면 방충, 탈취 효과를 볼 수 있다. 발 냄새가 심한 신발의 냄새를 없애려면 로즈마리, 세이지, 타임을 말린 가루를 향주머니에 넣어 신발 속에 두면 냄새가 말끔하게 가신다. 신발장 안에는 탈취 효과가 있는 세이지, 오데 코롱 민트, 페니 로열을 넣어두면 효과가 좋다. 구취제거를 위해서는 페퍼민트, 세이지, 스피아 민트 등 항균효과가 뛰어난 허브를 섞은 것과 죽염을 1대 1 비율로 혼합해 양치할 때 치약에 조금 섞어 이를 닦는다. 입안도 개운해지고 구취제거에도 효과적이다.
건강식 바람을 타고 허브를 이용한 요리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작은 이파리와 꽃잎에 불과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육류나 생선의 냄새를 없애주며 독특한 향기로 식욕을 자극해 소화, 흡수를 돕는다. 그러나 ‘무지’한 상태에서 과다하게 요리에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허브는 향이 강해 과용하면 음식의 맛을 손상시키므로 적은 듯하게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다. 기본적으로 ‘약초류’에 해당하므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탈이 나기 쉽기 때문이다. 요리에 사용되는 허브들을 보면, 스테비아 잎은 설탕보다 당도가 300배나 높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로즈마리는 야생 삼림과 같은 강한 향을 풍기는데, 향신료로 쓰이고 생선 비린내 제거에도 사용한다. 애플민트는 `사과향 박하'라 불릴 만큼 사과향을 진하게 풍긴다. 쌈으로도 먹고 고기·생선·계란 요리에 향신채로 이용한다. 샐러드에도 소량 넣어 향을 즐기며, 차로도 즐긴다. 차이브는 부추를 닮았는데 마늘·양파 향이 난다. 서양요리에서는 감자요리, 치즈, 계란요리에 주로 쓰고 샐러드나 수프에도 이용하는데 철분과 칼슘까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인기가 좋다. 보리지는 어린잎은 씹었을 때 오리고기 맛 같은 풍미가 나며, 타원형 모양으로 잎에는 잔털이 붙어있는데 잎은 쌈을 싸먹는데 사용하거나 샐러드용으로 쓴다. 바질은 달콤하면서도 강한 향이 있어 이탈리아요리의 소스에는 꼭 들어가며 샐러드용으로도 쓴다. 레몬밤은 레몬향기가 나 각종 요리에 레몬 대신 사용하며 소화를 돕는다. 파슬리는 서양요리에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국내서는 장식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생선요리를 먹은 뒤 조금 씹으면 생선 냄새가 가시는 효과도 있고 고기요리에 뿌리거나 드레싱에도 섞어 쓴다. 또 샐러드로도 이용되고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라벤더는 `향의 여왕'으로 불리는 허브다. 갈아서 제과, 아이스크림에 넣어 향을 즐기기도 한다. 타임은 `백리향'이라고 불리며 진한 레몬향을 낸다. 강력한 방부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짜릿하고 자극적인 향으로 서양요리에서는 전채요리에서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쓴다.
이와 같이 허브의 향에 취하고 맛에 취하다보면 건강은 절로 따라온다. 오감(五感)으로 허브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금 달려가 보자. 아니면, 허브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보자. 허브를 집에서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허브향이 온 집안을 휘감는다. 향기만 맡아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피로가 풀어질 것이다. 향기 뿐이랴, 요리에 넣으면 건강식, 목욕탕에 풀면 건강목욕. 허브는 현대인에게 휴식과 같은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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