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집단 화병(火病)이 자율신경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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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3-24 11:24 조회71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집단 화병(火病)이 자율신경 해친다
주간한국 2024.10.25
집단 화병(火病)이 자율신경 해친다
집단 화병(火病)이란, 여러 사람이 공통적인 사회적 스트레스나 심리적 억압감을 겪으면서 발생하는 집단적 정신적, 신체적인 증상을 말합니다. 화병이 개인을 넘어 집단적으로 나타날 때, 이를 집단 화병(火病)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불안정, 정치적 갈등, 사회적 불평등, 전쟁 위협으로 인한 불안 등의 사회적 부정적인 요인이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쳐 감정적 억압, 자존감 결여, 좌절, 무력감을 느끼게 되면, 불안, 불면, 가슴답답, 열감, 우울 등의 증상들을 집단적으로 호소하게 됩니다. 사회적 집단 스트레스 요인 때문에 진료실로 내원하는 분들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을 볼 때, 우리가 집단 화병(火病)을 심도있게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뉴스 보면서 분통
언젠가 한창 선거철에 노부인이 내원하셨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도통 못 자는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거쳐, 제게 찾아오셨습니다. 최근 들어 탈모도 너무 심해지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하셨는데요, 평생 싱글로 남편도 자녀도 없어 특별히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은퇴 공무원이라 연금 받으면서 살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렵지도 않은 분입니다. TV와 신문 그리고 특히 유튜브 채널을 종일 보는 것이 낙이라는 이 분은 정치 사회 문제가 모두 못마땅하고, 뉴스를 보다 보면 분통이 터져 화를 삭이지 못하겠는데, 본인 증상과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하셔서 몇 가지 검사와 진찰을 통해 자율신경 실조로 진단했습니다. 사회에 대한 분노와 울분, 응어리진 마음이 오래 동안 교감신경을 항진시켜왔다고 진단했고, 치료 기간 동안 TV나 유튜브 시청을 가급적 금하도록 권했습니다.
교사들의 울분
진료실에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찾아오는 분 들 중에 유독 많은 직업이 초, 중, 고등 교사입니다. 직업을 알면 정신적 신체적 노동의 강도를 알 수 있지요. 어려운 교사 임용 고시를 통과하고, 중학교로 발령받아 근무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는 젊은 여선생님이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의 특징 증상인 상열감, 냉증, 과도한 땀 분비, 불면증,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전신의 통증 등 모든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 등 사회적인 문제가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본인과 비슷한 증상을 앓는 동료 교사들이 너무 많아, 본인도 힘들게 교사가 되었지만 일을 그만두고 싶다던 분이었습니다. 검사와 진찰을 통해 울화, 좌절, 분노로 인한 교감신경 과항진 증상으로 보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의료진들의 화병
번아웃 증후군이 많은 직종 중에, 의료 관련 직종이 있습니다. 의료진들은 평소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특히 코로나 시기 동안 시간 압박, 대체 인력 부재, 가족들과의 격리 등을 겪었고, 코로나 시기 이후에는 간호사 처우개선, 전공의 파업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역시나 번아웃 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진료실로 내원하는 의료 관련 직종인 분들은 해결되지 않는 정치 사회적인 문제로 좌절, 우울, 분노, 울화가 심해서 어지럼증, 이명, 돌발성 난청, 탈모, 무월경, 전신통증, 가슴답답, 불면 등의 증상들로 이런 저런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간호사이자 보건소장이었던 중년의 여성분이 지방에서 내원하셨는데, 전신의 증상이 너무 많아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약물 복용, 주사 치료로 하루 하루 보내던 중에 내원하셨고, 자율신경실조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은퇴한 지 몇 년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증상들로 힘든 생활을 하던 분인데, 뉴스나 신문에 의료 관련 기사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했습니다.
청년들의 분노
매일 뉴스에 나오고 있지만, 학교 졸업 후에도 직장을 못 잡고, 결혼도 못 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못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우울, 좌절, 분노감으로 진료실을 찾아오는 취준생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을 느낍니다. 답답한 현실이 싫고, 규칙적인 생활이 안 되고 식사 습관이나 운동 습관도 엉망인 청년들이 가족들로부터의 괴리감, 사회적인 고립감, 그리고 무력감을 느끼면서 불면, 불안, 긴장, 심장 두근거림, 가슴답답, 상열감, 탈모, 원인모를 통증 등의 다양한 증상들로 내원하고 있는데, 검사와 진찰을 해보면 교감신경 과항진, 자율신경실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단 화병(火病)이 자율신경 망가뜨려
집단 화병(火病)은 사회적 억압과 관련이 깊고,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어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안정을 위협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의 집단적 스트레스로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져서 병원을 전전하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깊이 병이 들고 있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실감합니다. 집단 화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보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사회적 차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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