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근과 토란, 11월의 뿌리로 몸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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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3-27 12:47 조회14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연근과 토란, 11월의 뿌리로 몸을 다스리다
주간한국 2025.11.07
연근과 토란, 11월의 뿌리로 몸을 다스리다
가을의 끝, 땅의 기운으로 회복하다 – 연근과 토란 이야기
가을의 끝자락, 겨울이 시작되기 전의 11월은 몸이 한층 깊은 휴식을 요구하는 시기입니다. 일교차가 커지고 대기가 건조해지면 자율신경계는 긴장과 이완 사이에서 쉽게 흔들립니다. 이때 우리 몸을 안정시켜주는 부교감신경의 활성을 돕는 음식이 바로 연근과 토란입니다.
두 식재료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며 기운을 저장하는 뿌리채소로, 11월이 되면 맛과 영양이 가장 충실해집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뿌리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기(氣)를 땅으로 가라앉히는 보양법’이라 여겼습니다. 바로 이 시기의 연근과 토란이, 그 대표적인 자연의 선물입니다.
연근 –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청정한 기운
연근은 연꽃의 뿌리줄기로, ‘흙 속의 청정함’이라는 상징을 지닙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흙냄새를 머금지 않고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연근은 탁한 기운을 정화하고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는 “연근은 혈열을 내리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갈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연근이 심(心)과 폐(肺)의 열을 내려주고, 기혈 순환을 도우며 부교감신경을 안정화하는 작용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영양학적으로도 연근은 매우 훌륭한 식재료입니다. 비타민 C가 풍부하여 환절기 면역력 저하를 막고, 점액질 성분인 뮤신이 위 점막을 보호해 위장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며, 철분과 구리가 들어 있어 혈액 생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한 탄닌 성분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을 맑게 만들어 피로감, 두통, 어지럼증 같은 혈행 장애를 완화해 줍니다.
한의학적으로 연근은 기혈을 보하면서도 열을 내리는 약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열이 많아 얼굴이 붉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 혹은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한 사람에게 좋습니다. 연근의 시원하고도 단맛 나는 성질은, 긴장된 교감신경을 완화시키고 부교감신경을 부드럽게 일깨워 줍니다. 즉, 신체의 긴장과 이완 리듬을 자연스럽게 되찾게 하는 ‘자율신경의 안정제’ 같은 식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근은 식초나 레몬즙을 약간 넣어 데치면 산화를 방지하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또한 꿀과 함께 조리하면 진정 효과가 커지고, 검은깨나 들깨와 함께 무치면 혈액순환 개선과 보혈 효과가 더해집니다. 다만 냉성이 강하므로 속이 냉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생연근보다는 구워 먹거나 조림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란 – 땅의 기운을 품은 따뜻한 보양
토란은 가을이 깊어지면 껍질 안에 단단히 영양을 채우는 뿌리 작물입니다. ‘작은 감자’처럼 생겼지만, 성질과 효능은 사뭇 다릅니다. 토란은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습담을 제거하며, 소화를 도와 몸을 편안하게 하는 식품으로, 『본초강목』에서는 “토란은 기를 내리고 담을 풀어 이질을 멎게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체내의 탁한 기운을 내려보내 자율신경의 과도한 긴장을 풀고, 몸을 안정시키는 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양적으로 토란은 식이섬유가 많아 장을 깨끗이 하고,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부종과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비타민 B군이 풍부하여 피로를 완화하고, 당질이 서서히 흡수되어 혈당을 안정시켜 줍니다. 가을 이후 건조한 날씨와 긴장된 자율신경으로 인한 위장불편이나 피로감이 잦을 때, 토란은 몸을 안정시키며 부교감신경의 회복을 도와주는 음식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토란을 담습(濕)을 제거하고 위기를 조화롭게 하는 약재로 봅니다.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하거나, 스트레스로 위가 더부룩한 사람에게 특히 좋습니다. 또한 토란의 점액질에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폴리사카라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겨울철 감기와 염증성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토란의 부드럽고 매끈한 조직은 위벽을 감싸주며, 심신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해 부교감신경 활성에 긍정적입니다.
조리 할 때는 먼저 소금물에 살짝 데쳐 아린맛을 없애고, 된장국이나 들깨탕으로 끓이면 담백하면서도 속이 편안합니다. 특히 들깨와 토란의 궁합은 매우 뛰어난데, 들깨의 불포화지방산이 토란의 점액질과 만나 위 점막을 보호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춥니다. 반대로 찬 음식이나 차가운 음료와 함께 먹으면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뿌리가 전하는 계절의 지혜
11월의 연근과 토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계절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자연의 처방입니다. 하늘의 기운이 아래로 가라앉는 늦가을, 사람의 몸 또한 그 흐름에 따라 내면의 에너지와 기혈을 저장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때 뿌리채소를 먹는 것은 단순히 영양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의 균형을 되찾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겨울의 긴장된 추위에 대비하는 준비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근의 맑고 시원한 성질이 마음의 열을 식혀주고, 토란의 따뜻한 기운이 위장을 덮어주니, 이 두 식품이 만나면, 몸은 차분히 안정되고 마음은 부드럽게 이완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을의 끝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면, 11월의 식탁 위에 **연근조림 한 접시, 토란들깨탕 한 그릇**을 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계절의 리듬에 맞춰, 우리 몸이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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