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지친 자율신경을 달래는 치유의 밥상, 7월 제철 농어와 깻잎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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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안한의원 작성일26-07-06 10:22 조회4회본문
[정이안의 건강노트] 지친 자율신경을 달래는 치유의 밥상, 7월 제철 농어와 깻잎의 만남
주간한국 2026.07.03
지친 자율신경을 달래는 치유의 밥상, 7월 제철 농어와 깻잎의 만남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큰 시험에 드는 시기입니다. 찌는 듯한 폭염과 높은 습도, 그리고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차이는 우리 몸을 지속적인 긴장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은 과도하게 항진되고, 브레이크 역할을 하며 몸을 쉬게 해야 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이유 없이 피로가 쏟아지고, 소화가 잘되지 않으며, 밤잠을 설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바로 이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몸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져 심신이 지쳐갈 때, 자연은 어김없이 우리의 몸을 달래고 치유할 가장 완벽한 해독제를 제철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내어놓습니다. 7월을 대표하는 제철 식재료인 농어와 깻잎은 단순히 맛을 넘어, 항진된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몸의 깊은 휴식과 회복을 돕는 훌륭한 '천연 신경 안정제'이자 보양식입니다.
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농어
예로부터 '여름 농어는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7월의 농어는 그 영양과 맛이 절정에 달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농어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중국 진나라의 학자 장한은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의 농어 요리가 그리워 벼슬마저 버리고 낙향했다는 '추풍사루(秋風辭鱸)'의 고사를 남겼을 만큼 농어는 시대를 막론하고 미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생선입니다. 조선시대의 기록에서도 농어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거나 양반들의 고급 술안주로 쓰였던 귀한 식재료였으며, 특히 여름철 기력이 쇠한 노인이나 병후 회복기 환자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귀한 약선 음식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러한 농어의 가치는 현대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명확히 증명됩니다. 여름철 농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으면서도 지방 함량은 낮아 소화기가 약해진 여름철에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훌륭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특히 뇌 기능을 활성화하고 신경 조직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과 오메가-3 지방산인 EPA, DHA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뇌신경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류를 개선하여,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곤두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또한, 뼈 건강과 면역력에 필수적인 비타민 D와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무더위로 인해 땀으로 배출된 미네랄을 보충하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합니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농어는 그 약성이 더욱 돋보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농어를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비위, 즉 소화기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생선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질이 평온하고 맛이 달아 몸의 열을 조장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한 기운을 깊은 곳에서부터 채워줍니다. 한의학에서 비위는 몸의 중심부이자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비위가 편안해져야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하며 이른바 '휴식과 소화'의 상태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즉, 농어는 여름철 찬 음료와 에어컨 바람으로 인해 기능이 저하되고 냉해진 비위를 따뜻하게 보듬어 소화 흡수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신경계 전체를 이완시켜 깊은 숙면과 피로 회복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는 것입니다.
여름 식탁위의 명약, 깻잎
이 훌륭한 농어와 환상적인 짝을 이루며 부교감신경 활성화를 극대화하는 또 다른 7월의 주인공은 바로 깻잎입니다. 전 세계에서 깻잎을 식용으로 즐겨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할 정도로 깻잎은 한민족의 밥상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각별한 식재료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특유의 생명력으로 푸르게 자라나는 깻잎은 가난한 백성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고마운 채소이자, 여름철 밥맛을 잃었을 때 식욕을 돋우는 최고의 허브였습니다.
영양학적으로 깻잎은 '식탁 위의 명약'이라 불릴 만큼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입니다. 철분 함량이 시금치보다 높아 여름철 어지럼증이나 빈혈 예방에 탁월하며, 비타민 C가 풍부하여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립니다. 무엇보다 깻잎 특유의 짙은 향기에는 '페릴라케톤(Perillaketone)'이라는 에센셜 오일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식물성 정유 성분은 뛰어난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여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후각 신경을 자극하여 뇌의 자율신경계에 직접적인 안정을 지시합니다. 깻잎의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긴장된 뇌파가 안정되고 불안감이 줄어드는 천연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통해 부교감신경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깻잎을 '소엽(蘇葉)'이라 부르며 귀한 약재로 다루어 왔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는 소엽은, 몸 안에 뭉쳐 있는 차가운 기운을 밖으로 밀어내고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을 지녔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겉은 뜨겁지만, 잦은 찬물 섭취와 에어컨의 한기로 인해 속은 오히려 차갑게 얼어붙어 배탈이나 장염이 잦아집니다. 이때 깻잎의 따뜻한 성질이 위장을 데워주고 뭉친 기운을 풀어주어 위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합니다. 위장이 편안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 몸의 신경계는 비로소 경계 태세를 풀고 이완 모드인 부교감신경을 온전히 활성화하게 됩니다.
이처럼 각자 뛰어난 효능을 지닌 농어와 깻잎이 만나면 영양학적으로나 한의학적으로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최고의 음식 궁합이 완성됩니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지만 자칫 소화가 부담스럽거나 비린내가 날 수 있는 농어 요리에 깻잎을 곁들이면, 깻잎의 향긋한 정유 성분이 생선의 비린내를 말끔히 잡아주어 풍미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또한, 깻잎의 따뜻한 성질과 풍부한 식이섬유가 농어의 고단백질이 위장에서 체하지 않고 부드럽게 소화 흡수되도록 돕습니다. 농어에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 C와 철분을 깻잎이 완벽하게 보완해주며, 산성 식품인 생선과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가 만나 체내 산성도를 중화시키는 이상적인 영양의 균형을 이룹니다. 한의학적으로도 비위를 보하는 평온한 농어와 기혈을 순환시키는 따뜻한 깻잎이 만나면, 지친 오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막힌 신경을 부드럽게 소통시켜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독이는 훌륭한 치유식이 됩니다.
여름의 한가운데, 더위와 스트레스로 인해 숨 가쁘게 달려온 교감신경의 과부하를 내려놓고 싶다면 7월의 밥상에 농어와 깻잎을 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신선한 농어회 한 점을 향긋한 깻잎에 크게 싸서 입안 가득 음미하거나, 깻잎을 듬뿍 올려 끓여낸 맑은 농어탕을 따뜻하게 비워내는 순간, 곤두섰던 신경이 차분히 가라앉고 멈춰 있던 소화기가 기분 좋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이 허락한 7월의 맛, 농어와 깻잎의 조화로운 밥상은 지친 현대인들의 자율신경을 다독이고 부교감신경의 깊은 평화를 선사하는 가장 아름답고 맛있는 처방전입니다.
글쓴이
정이안원장-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 시크릿 - 자율신경건강법,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때,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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